취임 100일도 안 돼 ‘사퇴 청원’ 3만명…추미애 경기지사 ‘자기 정치’ 논란재정비상·5465억원 세출 구조조정·12억원대 관사 등 도마…경기도 “민생예산 고의 삭감은 사실 왜곡”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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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11일 수원 광교종합사회복지관에서 열린 ‘2026년 풍성한 추석 사랑나눔 전달식’ ©신문고뉴스 |
취임 70여일 만에 사퇴 청원…닷새 만에 3만775명
15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경기도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추미애 도지사 사퇴를 청원합니다’라는 청원은 이날 참여 인원 3만775명을 기록한 뒤 ‘답변 완료’ 상태로 전환됐다. 추 지사가 지난 7월1일 취임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취임 100일은커녕 80일도 지나지 않아 대규모 사퇴 청원이 등장한 셈이다.
청원은 지난 14일 오후 5시30분께 경기도지사의 공식 답변 기준인 1만명을 돌파한 뒤 불과 하루도 지나지 않아 3만명을 넘어섰다. 경기도청원은 게시 후 30일 이내 1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도지사가 성립일로부터 30일 이내 공식 답변하도록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경기도는 15일 오전 참여자가 3만775명에 이른 시점에서 해당 청원을 ‘답변 완료’로 전환했다. 답변 완료 처리와 동시에 추가 동의도 불가능해지면서 결과적으로 사퇴 청원은 게시 닷새 만에 3만775명을 끝으로 조기 종료됐다.
경기도는 참여 인원이 많아 신속하게 답변할 필요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1만명 돌파 이후 하루도 지나지 않아 답변을 완료하고 추가 동의를 중단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급속히 늘어나는 사퇴 요구를 조기에 차단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이대로는 부도” 재정비상 선언…청원인은 “과도한 위기론”
사퇴 청원의 핵심에는 추 지사의 재정운용 방식에 대한 반발이 자리 잡고 있다. 추 지사는 경기도 재정을 두고 “이대로는 부도”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재정 비상 상황을 선언했고, 경기도는 추가경정예산안에서 5465억원 규모의 세출 구조조정에 나섰다.
청원인은 그러나 경기도의 재정 상태가 즉각적인 위기 상황으로 단정할 수준이 아니라며 추 지사의 판단을 문제 삼았다. 특히 예산 대비 채무비율 등 여러 재정지표를 근거로 대규모 세출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임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추 지사의 재정위기론에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김 전 지사는 1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경기도의 확장재정은 민선 7기 이재명 도정에서 민선 8기까지 이어진 원칙이었다며, 현재 재정이 어렵다는 사실과 그 원인을 전임 도정의 확장재정에서 찾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김 전 지사는 2025년 경기도의 예산 대비 채무비율이 12.86%로 전국 시·도 평균 15.52%, 서울시 21.62%보다 낮고 정부의 채무비율 주의 기준인 25%에도 미치지 않는다며 “지금이 재정 위기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산후조리비 중단 등 민생사업 논란…추미애 “애초 9개월치 예산”
산후조리비 지원사업 종료 역시 도민 반발에 불을 붙였다. 산후조리비 지원 중단에 반대하는 별도의 경기도청원 역시 공식 답변 기준인 1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추 지사는 이에 대해 민선 9기 도정이 정상적으로 편성된 예산을 임의로 삭감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올해 경기도 예산 자체가 일부 필수사업의 경우 9개월분만 편성돼 있었고, 남은 3개월을 충당할 재원이 부족해 불가피하게 사업의 우선순위를 조정했다는 것이다.
추 지사는 아이들 급식과 장애인·취약계층 지원 등을 중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한정된 재원으로 우선순위를 정할 수밖에 없었다며 산후조리비 대신 난임부부 시술비 등 보다 시급한 분야에 재원을 투입하는 선택이었다고 해명했다.
반면 김동연 전 지사는 9개월분 예산 편성이 해당 사업을 9개월 뒤 종료하겠다는 의미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하반기 추경 과정에서 세입 여건을 다시 점검하고 시급성이 떨어지는 다른 사업을 조정해 필요한 재원을 보완할 계획이었다는 설명이다.
“재정 비상이라면서 12억원 관사”…도덕성 논란까지
추 지사의 관사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청원인은 경기도가 재정 비상을 이유로 공무원 인센티브 등을 대폭 줄이는 상황에서 추 지사가 보증금 12억원이 넘는 47평형 아파트를 관사로 사용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민생사업과 공무원 관련 예산에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요구하면서 정작 도지사는 거액의 도비가 들어가는 관사를 사용하는 것이 재정 비상을 선언한 도정 책임자의 태도에 부합하느냐는 비판이다.
경기도가 재정위기의 심각성을 강조할수록 도지사 자신도 그에 걸맞은 비용 절감과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이날까지 경기도가 내놓은 사퇴 청원 관련 공식 답변에는 12억원대 관사 논란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이 담기지 않아 더 비판을 받고 있다.
경기도 “민생예산 고의 삭감 주장은 사실 왜곡”
경기도는 사퇴 청원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다. 경기도는 지난해 편성된 2026년도 민생 필수예산 가운데 상당 부분이 9개월분만 반영돼 있었고, 별도의 재원을 마련하지 못하면 10월부터 학교 급식과 노인 장기요양 등을 비롯한 필수사업의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2025년 경기도가 약 20년 만에 지방채를 발행했고 발행 규모가 한도의 99.6%에 달했으며, 각종 기금과 내부 재원도 상당 부분 활용해 추가로 동원할 수 있는 재정 여력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 경기도의 주장이다.
경기도는 이러한 상황에서 민선 9기 도정이 민생 필수사업 중단을 막기 위해 세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멀쩡히 편성된 민생예산을 고의로 삭감한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는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3만명 청원 답변이 전날 대변인 브리핑과 동일…‘직접 답변’ 취지 논란
그러나 경기도의 청원 대응 방식은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15일 경기도청원 홈페이지에 게시된 공식 답변이 하루 전 홍은광 경기도 대변인이 언론에 배포한 서면 브리핑과 사실상 동일한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경기도청원은 1만명 이상이 동의한 청원에 대해 ‘도지사가 직접 책임 있는 답변’을 하는 것을 기본 취지로 내세우고 있다. 그럼에도 도지사의 직접 설명이나 별도의 메시지가 아닌 대변인 브리핑을 그대로 공식 답변으로 게시한 것을 놓고 제도 취지에 맞느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경기도 측은 청원 동의가 1만명을 넘긴 뒤 추 지사에게 보고됐으며, 대변인 브리핑에 도지사의 공식적인 입장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또 참여자가 많아 빠른 답변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도민 3만명이 넘게 참여한 ‘도지사 사퇴’라는 중대한 청원이라면 추 지사가 직접 도민 앞에 나서 재정 상황과 정책 판단, 관사 논란 등을 하나하나 설명하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였다는 지적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
자신은 사퇴 요구 받는데…이재명 대통령 향해서는 공개 직격
더 큰 정치적 논란은 추 지사가 경기도정에서 이처럼 거센 반발에 직면한 상황에서도 중앙정치 현안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추 지사는 지난 12일 남양주시 모란공원 민주열사묘역에서 열린 ‘2026년 경기도 민주화운동희생자 추모제’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의 검찰개혁 및 인사를 공개적으로 강하게 비판했다.
추 지사는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 지명을 겨냥해 “한동훈과 한배를 탔던 사람이 초대 중수청장이 된다면 그것이 민주화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면서 “왜 이들 세력에게 업혀서 전전긍긍하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또 이 대통령을 향해 민주열사 묘역에 “와야 한다”, “빌어야 한다”, “다시 서약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까지 했다. 앞서 10일 유튜브 방송에서도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원인을 검찰개혁 문제에서 찾으며 정부의 개혁 방향을 공개 비판했다.
민주당 내부서도 “지금은 법사위원장이 아니다”
추 지사의 이 같은 정치적 행보에 대해서는 같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채현일 민주당 의원은 “추미애 지사는 더 이상 법사위원장이 아니다”라며 1400만 경기도민의 삶을 책임지는 도지사가 중앙정치의 거대 담론에 기대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자기 정치’를 하는 것은 정부와 당, 도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경기도의회 민주당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왔다. 안광률 대표의원은 최근 추 지사의 정치적 발언을 거론하며 “정치는 중앙무대에서 해야지 왜 지사를 하고 있나”라고 비판하고, 재정 문제로 도민들이 불안해하는 상황에서는 도지사가 행동으로 해법을 보여줘야 한다는 취지로 지적했다.
이런 비판은 단순히 추 지사가 대통령과 다른 목소리를 냈다는 이유만으로 볼 문제는 아니다. 지방자치단체장이 대통령이나 중앙정부 정책에 이견을 밝히는 것 자체는 얼마든지 가능하고, 때로는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문제는 시점과 우선순위다. 취임한 지 불과 두 달여 만에 자신의 사퇴를 요구하는 도민이 3만명을 넘어섰고, 민생예산과 재정운용을 둘러싼 논란에 도민들이 직접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면 도지사에게 가장 시급한 정치 현장은 여의도도 중앙정치도 아닌 경기도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통령 걱정보다 ‘경기도 걱정’ 먼저 해야 한다는 비판
추 지사는 취임 당시 “도민께서 맡겨주신 것은 권한이 아니라 책임이며, 자리가 아니라 소명”이라며 “말이 아닌 성과로 도민의 삶을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취임 100일도 되지 않아 사퇴 요구가 3만명을 넘었다는 사실은 그 약속과 현재 도민들이 체감하는 도정 사이에 적지 않은 간극이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욱이 재정 비상을 선언하며 민생사업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고액 관사 논란이 불거지고, 산후조리비 등 도민 체감형 정책을 둘러싼 반발이 확산되는 와중에 대통령과 중앙정부를 향해 연일 정치적 메시지를 내놓는 모습은 도정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묻게 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검찰개혁 방향에 대한 추 지사의 비판이 옳은지 그른지는 정치적 평가의 영역이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답해야 할 질문은 1400만 경기도민이 맡긴 도정을 제대로 운영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자신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취임 두 달여 만에 3만명을 넘어섰다면 다른 정치인의 국정운영을 평가하기에 앞서 왜 자신에게 이처럼 빠른 시간 안에 거센 민심의 경고가 쏟아졌는지를 돌아보는 것이 순서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사퇴 청원에 대해 도지사가 직접 충분히 설명하기보다 기존 대변인 브리핑을 사실상 그대로 공식 답변으로 올리고 추가 동의를 종료한 대응은 추 지사가 강조해 온 ‘도민 중심 행정’과도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 지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중앙정치를 향한 더 강한 목소리가 아니라 재정 비상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던 구체적 근거와 5465억원 구조조정의 필요성, 민생사업 축소의 불가피성, 12억원대 관사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 등을 도민에게 직접 설명하고 설득하는 일일 것이다.
취임 100일도 되기 전에 등장한 ‘3만명 사퇴 청원’은 단순한 온라인 정치 공방으로 치부하기에는 숫자가 가볍지 않다. 추 지사가 이를 자신에 대한 정치적 공격으로만 받아들일지, 도정 운영방식을 되돌아보라는 민심의 경고로 받아들일지는 앞으로의 경기도정 리더십을 가르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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