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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고뉴스]김혜령 기자 = 이동통신 3사 자회사와 금융·대기업 계열사의 알뜰폰(MVNO) 시장 점유율이 절반을 넘어선 가운데, 대기업의 ‘0원 요금제’와 금융상품 결합판매 등을 통한 공격적인 가입자 확보 경쟁이 중소·독립 알뜰폰 사업자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는 시민단체의 지적이 나왔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성명을 내고 “대기업의 자본력에 의해 경쟁 질서가 무너지는 것을 방치한다면 알뜰폰 제도의 가장 큰 수혜자인 소비자가 결국 피해를 입게 된다”며 정부에 알뜰폰 시장의 공정경쟁 환경 조성과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에 따르면 알뜰폰은 이동통신 3사의 시장 지배력을 견제하고 소비자의 통신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2010년 도입됐다. 이후 가입자가 꾸준히 증가해 2025년 6월 기준 1000만명을 넘어서는 등 국내 이동통신시장의 한 축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단체는 가입자 증가라는 외형적인 성장과 달리 시장 내부에서는 이통3사 자회사와 금융·대기업 계열사의 영향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명에서 인용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4년 6월 자료에 따르면 휴대전화 회선을 기준으로 SK텔레콤 자회사 7.4%, KT 자회사 21.5%, LG유플러스 자회사 18.1%, 국민은행 등을 포함한 금융·대기업 계열 사업자 4.8% 등 대기업 계열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은 총 51.8%에 달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이들 사업자가 자본력과 브랜드 인지도, 기존 고객 기반, 유통망과 마케팅 역량 등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가입자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최근 등장하고 있는 ‘0원 요금제’와 금융상품 가입을 연계한 통신상품 판매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단체는 이 같은 경쟁이 소비자에게 단기적으로 저렴한 통신요금과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대규모 자본과 기존 고객 기반을 보유한 사업자와 중소·독립 사업자 사이의 경쟁 여건에 큰 차이가 있는 상황에서 저가 경쟁이 장기화하면 시장의 경쟁 기반 자체가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알뜰폰 업계의 수익성 악화도 근거로 제시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에 따르면 알뜰폰 업계 전체 영업이익은 2023년 296억원 흑자에서 2024년 258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중소 알뜰폰 사업자 상당수가 수익성 악화와 가입자 정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일부 사업자는 사업 철수나 폐업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단체는 주장했다.
문제는 중소 사업자의 경영난이 장기적으로 소비자의 선택권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라고 단체는 강조했다.
대기업 자본력을 기반으로 한 저가 경쟁 과정에서 중소·독립 사업자가 시장에서 밀려나면 시장 집중도가 높아지고, 경쟁 사업자가 줄어든 이후에도 현재와 같은 저렴한 요금과 각종 혜택이 지속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소비자주권은 “소비자에게 필요한 것은 일시적인 ‘0원 요금제’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경쟁을 통해 장기간 저렴한 요금과 다양한 선택권이 보장되는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또 “알뜰폰은 이동통신 3사의 또 다른 저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아니다”며 알뜰폰 시장마저 이통3사 자회사와 대기업 계열사를 중심으로 재편된다면 기존 통신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의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정부에 네 가지 제도 개선 방안을 요구했다.
우선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해 이동통신 3사 자회사의 알뜰폰 시장점유율과 시장지배력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기존 이통3사 알뜰폰 자회사에 대해서는 ‘일몰제’ 등 실효성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금융 대기업의 알뜰폰 시장 진입과 결합판매에 대한 점검도 요구했다.
은행 등 금융회사가 금융상품과 통신상품을 결합해 가입자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자본력에 따른 경쟁 우위가 과도하게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고, 통신상품 가입을 금융상품 이용과 연계하는 과정에서 소비자의 선택권이 침해되는지도 면밀하게 점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중소·독립 알뜰폰 사업자의 경쟁 기반을 강화하는 대책도 주문했다. 중소 사업자가 스스로 자생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유통·마케팅 환경을 조성하는 등 특정 대기업을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것을 막을 정책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업자의 폐업이나 시장 철수에 따른 소비자 피해 방지 대책도 요구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알뜰폰 사업자의 폐업이나 철수 가능성에 대비해 기존 가입자의 요금제 승계와 번호이동, 고객센터 운영, 개인정보 보호 등 이용자 보호 대책을 사전에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단체는 정부가 단순히 알뜰폰 가입자 증가 등 시장의 외형적인 성장만을 정책 성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누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지, 중소·독립 알뜰폰 사업자가 지속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지, 소비자의 선택권이 장기적으로 보장될 수 있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알뜰폰의 존재 이유는 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의 통신비 부담을 낮추며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하는 데 있다”며 “정부는 시장 지배력에 대한 관리와 중소·독립 알뜰폰 사업자 보호를 포함한 근본적인 제도 개선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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